야설게시판

앞집 남자와 내 아내 - 3부

아내와 앞집 남자의 만남에 대한 나의 오해에서 비롯된 해프닝을 겪은 이후

나는 한동안 아내의 일거수 일투족에 민감하게 관심을 기울이게 되었다.

아내의 행동, 표정, 말투 하나하나까지 이런저런 의미를 부여하고 확대해석

한뒤 혼자 괴로워하기도 했다가 기뻐하기도 했다가 하는 감정의 기복 속에서

혼자 지옥을 맛보곤 했다.

시간이 흐르며 내 심리상태도 점차 안정을 되찾아갔지만 나는 그동안 나도

자각하지 못했던 내 성적취향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게 되었다.

소위 '네토라레'라고 불리는 성적취향이 나에게 잠재되어 있지 않은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었다.

그런 정신나간 상상 따위를 하고 있는게 가당치도 않다는 생각을 하다가도

아내와 앞집 남자가 나왔던 내 꿈속 장면을 되새기며 성적 흥분을 강하게

느끼는 나의 이중성을 알게되면서 나는 3S라던지 초대남이라던지 혹은

스와핑과 같은 평소 가십기사에서나 보던 단어들을 검색해보기 시작했다.

이런 단어들로 검색된 수많은 부부의 경험담과 야설, 그리고 카페 등에서

지금도 실시간으로 이루어지는 초대 게시글 등을 접하게 되면서 나는 점점

이 황당하고도 말하기조차 민망한 일들이 우리의 일상 속 너무나도 가까운

곳에서 은밀하지만 담담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며

놀라고 있었다.

아내는 나의 이런 심경변화에 대해 전혀 인지를 못하고 있었기에 평소와

다름없이 이런저런 일상의 사소한 이야기들과 함께 가끔씩 등장하는

앞집 남자 이야기도 아무런 거리낌없이 내게 들려주곤 했다. 어느새 아내가

앞집 남자를 부르는 호칭도 '박사장님'으로 바뀌어 있었는데, 앞집 남자가

예전에 사업을 크게 했다는 듯 싶었다. 그래서인지 이런저런 아는 것도 많고

아내 앞에선 나름 지식인입네 하고 행세하는 듯 싶었다. 아내는 어느새

앞집 남자에 대한 호칭만이 아니라 그를 바라보는 시선도 많이 바뀐 듯

싶었는데 가끔은 그를 존경스럽게 여기는 듯한 뉘앙스까지도 살짝 느껴져

어이없어 지기도 했다.

앞집의 변태 늙다리에 대해 존경에 가까운 감정을 표하는 아내를 보고

한소리 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무더운 여름에 마땅히 갈 곳도

없어 찜통인 집에 들어앉아 감금아닌 감금 같은 생활을 하는 아내에게

그래도 앞집 남자가 소소한 위안이 되는듯 하여 그냥 참아야겠다 싶었다.

하지만 오늘 얘기는 조금 선을 넘는듯 싶었는데, 앞집 남자가 아내에게

'전복넷'에 대한 이야기를 해준 모양이었다. 가끔 논란이 되는 인터넷사이트인

'전복넷'에 대해 앞집 남자는 시시콜콜 많은 얘기를 전해준 모양이었다.

수많은 이들이 가입해 활동하고 있으며 아마 남편도 회원일거라 말했다고

한다. 정말이냐고 내게 묻는 아내에게 내가 긍정인듯 부정인듯 얼버무리며

사실상 긍정을 하자 아내는 그럴줄 알았다는 듯 별로 놀라는 기색도 없이

요즘 많은 사람들이 그렇다더라며 말을 이어나갔다.

아내에게서 스와핑이라든지 3S라던지 하는 단어들이 나오자 나는 말문이

막혀 꿀먹은 벙어리처럼 그저 듣고만 있을 뿐이었다. 그런데 가관인 것은

평소 뉴스로 접하는 그런 행위들에 대한 기사에 대해 누구보다도 경멸의

눈길을 보내던 아내임에도 불구하고 지금 얘기를 하는 아내의 태도에는

미묘하게도 신기해하며 호기심이 있어 보이는 듯 느껴졌던 것이다.

성적으로 매우 담백한 스타일인 아내가 오늘따라 전하는 말들이 나에겐

참으로 생소하고도 신선하게 느껴졌다.

앞집 남자는 섹스에 대해서도 종교적 명상과 수행에 대해 거론하며 온갖

개똥철학을 전개했던 모양이다. 인류에겐 동물과 달리 생식 목적뿐 아니라

쾌락으로서의 섹스도 중요하며 이를 통해 신체적, 정신적 균형을 찾게 되면

기의 원활한 순환을 통해 건강을 되찾을 수 있다는 것이 주요 골자였다.

탄트라 경전에 무슨 얘기가 나오네 어쩌네 하며 온갖 종교와 명상 등에 대한

현학적인 이야기들을 늘어놓는데 아내가 전하는 말을 듣다보니 나도 어느새

그 말이 사뭇 그럴듯해 보이며 나 스스로도 앞집 남자의 박식함에 어느정도

감탄하게 되었다. 게다가 앞집 남자는 자신이 집에서 트렁크팬티만 입은채

돌아다니는 것에 대해서도 인도의 명상수련법의 일환인데 차크라를 원활하게

하기위한 하나의 수단이며 알몸으로 지내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지만 이웃인

내 아내를 배려해서 할수 없이 트렁크팬티를 입고 지낸다며 오히려 선심쓰듯

아내에게 설명했던 모양이었다. 그래서인지 언제부턴가 아내는 앞집 남자가

거의 벌거벗고 돌아다니는 모습을 계속 보았을 터인데도 나에게 불편을

하소연 하는 일이 없어졌다. 아마도 더이상 별다른 거부감을 갖지 않게 되었기

때문인 것 같았다.



오늘도 그런 얘기들을 나누다가 아내가 샤워를 하겠다며 화장실로 들어가자

나는 아내가 샤워중인 동안 혼자 이런저런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있었다.

이윽고 아내가 샤워를 마치고 나왔다. 수건으로 머리를 감싸매고 타월로

가슴께를 가렸지만 수건이 충분히 크지 못하여 거뭇거뭇한 털과 탄력있게

솟아오른 엉덩이가 고스란히 노출되어 있었다. 행여나 창문을 통해 보이지

않을까 싶어 종종걸음으로 방으로 들어오는 아내였지만 이제 창문을 열어

두며 조심스레 오가는 것도 자연스런 일상의 습관처럼 되어있어 그리 신경

쓰이지 않는 모양이었다. 아무튼 이런 열악한 구조의 빌라에서는 여름철의

프라이버시는 어느정도 포기해야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오늘따라 앞집 TV소리가 크게 들려왔다. 앞집 남자도 거실 쇼파에 누워

TV를 보고 있는 중인듯 싶었다.

순간 갑자기 내 머리속에 섬광처럼 터무니없는 생각 하나가 스쳐지나갔다.

앞집 남자에게 나와 아내가 섹스를 하고있는 모습을 과시하듯 보여주고

싶다는 것이었다. 비록 내 망상 속의 장면이었지만 앞집 남자와 아내의

격렬하고 열정적이던 섹스를 바라보았던 나로서는 앞집 남자에게 이 여자는

내 아내라는 사실을 과시하고 싶다는 생각이 은연중에 있었던 모양이다.

게다가 **넷이니 어쩌니 하는 주제에 온갖 인문학적 지식을 총동원해

혼자 박식한 지식인인척 하는 저 변태에게 내가 너보다 낫다 라는 우월감을

표출하고 싶은 생각도 있었다.

이처럼 현실과 망상을 오가는 말도 안되는 이유임에도 불구하고 내 머리속은

이미 새로운 자극으로 인한 흥분에 휩싸여 온몸에 전율이 일기 시작했다.

아무것도 모른채 방으로 들어온 아내는 화장대 앞에서 헤어드라이어를 들고

머리 말리는데 여념이 없어서 등뒤로 다가서는 나를 미처 인지하지 못했다.

이미 옷을 모두 벗어버린 나는 아내의 등뒤에서 기습적으로 아내를 꽉 끌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