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설게시판

앞집 남자와 내 아내 - 2부

한여름의 날씨는 온몸이 녹아내릴듯 지독하게 느껴졌다. 냉방이 되지않는 좁은 집에서

하루종일 시간을 보내는 아내는 점점 눈에 띄게 지쳐갔다.

지쳐가는 아내와 달리 아내의 옷차림은 점점 보기엔 흐뭇해지기 시작했다.

이제 아예 집에선 브래지어도 다 벗어버리고 헐렁한 나시티 하나와 팬티 한장으로 하루종일 나기가

일쑤였고 날씨탓인지 점점 게을러져서인지 모르겠지만 청소도 대충 설겆이도 대충이어서

나에게도 아예 회사에서 저녁을 먹고 들어오라기 일쑤였다.

이즈음엔 내가 다니는 회사 사정도 엉망이어서 여름휴가도 반납하고 밥먹듯 야근이 일상이었기에

이틀걸러 하루씩 집에 들어오는 일도 다반사였다. 피곤한 하루하루였지만 그래도 사무실이 집보다 나은건

하나 있어서 사무실 냉방 하나는 빵빵하였다. 나로서는 밤에도 숨이 턱턱 막히는 집보다는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쐬며 사무실에 있는것이 편한게 사실이었다.

퇴근해 집에 있는 것보다 차라리 야근이 낫다는 생각에 미치자 아내에겐 살짝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요즘엔 아내도 너무나도 심한 더위에 지쳐서인지 내가 집에 들어가도 축 늘어져있곤 했다.

불과 몇달전까지만 해도 디자인회사에 다니던 아내는 직업상 잦은 야근으로 인해 항상 어깨가 굳어있고

허리가 좋지 않아 항상 내가 퇴근하면 아내의 어깨와 등을 마사지해주곤 했는데 요즈음엔 나도 퇴근하면

파김치가 되기 일쑤여서 아내에 대해 신경을 써줄 겨를이 없었다.



사실 어제도 새벽 세시가 넘어 들어온 나는 그저 샤워후에 옷만 갈아입고 다시 출근해야 했다.

그래도 다행인건 오늘아침에 있을 프리젠테이션이 끝나면 오후엔 휴가를 쓸수 있다는 것 하나였다.

새벽에 들어왔을 때 아내가 잠들어 있었기에 오늘 오후 휴가를 쓰게된 사실에 대해선 아내에게 미처 말도

못하고 나와버렸다. 이따가 오후에 집에 가면 아내가 얼마나 놀랄까 싶으니 슬며시 웃음이 새어나왔다.



프리젠테이션이 어떻게 끝났는지는 잘 기억나지도 않는다만 별탈없이 마칠수 있어 당분간 한숨은 돌렸다.

업무에 대한 긴장이 풀리자 갑자기 온몸이 두드려맞은듯이 노곤해졌다. 간신히 쏟아지는 졸음을 참으며

오후두시 즈음의 땡볕을 온몸으로 받아내며 집으로 향했다.

버스에 내려 집까지 걸으며 땀은 비오듯 흘렀지만 마음만은 상쾌했다.

이제 집에 가면 샤워를 하고 아내와 함께 침대에 누워 뒹굴거릴 생각이었다. 점점 발걸음이 빨라지며

걸음이 가볍게만 느껴졌다.

이윽고 집에 다다라 발걸음을 살금살금 조심히 딛으며 현관문을 열었다. 아내를 놀래줄 심산으로 몰래

들어왔지만 집에 인기척을 느낄수가 없었다. 어딜갔지? 하며 두리번두리번 하던 내눈에

거실 창문을 통해 앞집 거실이 눈에 들어왔다.

앞집 남자와 앞집 여자가 좌식 테이블을 놓고 마주앉아서 수박을 먹고 있는 모양이었다.

아마도 앞집 여자가 오늘은 일을 쉬는 날인 모양이었다. 그래서인지 앞집 남자의 얼굴엔 웃음이 가득했다.

여자는 한쪽팔꿈치를 테이블에 올려 턱을 괴고 창문쪽을 등지고 앉아있었는데 남자는 여자의 얼굴을 보며

연신 흐뭇한 웃음을 짓곤 했다. 나이가 있는 부부인데도 아직도 금슬이 저리도 좋은걸 보니 나도 왠지 모르게

마음이 흐뭇해지는 것 같았다.

그러다가 앞집 남자가 앞집 여자의 얼굴로 손을 가져가더니 무언가를 떼어냈다.

아마 수박씨가 묻었던 모양이다. 그러자 여자가 웃으며 테이블에 괴었던 팔꿈치를 풀고 몸을 돌려세우며

남자에게 뭐라 장난치듯 말을 건네는데 여자의 얼굴이 낯이 익었다.

바로 내 아내였다. 앞집 여자가 아니라 그 여자가 내 아내임을 확인하는순간 나는 본능적으로 몸을 숙이며

창가에서 몸을 숨겼다. 슬며시 고개를 들어 다시 아내임을 확인하였다.

헐렁한 회색 나시티에 연한 하늘색 핫팬츠를 입고 있었는데 모두 아내가 자주 입는 옷들이었고

그 여자는 내 아내가 분명했다.

앞집 남자는 헐렁한 반바지에 반팔 남방을 입고 있었는데 남방은 단추가 세개쯤은 풀어져있었다.

그사이로 런닝이 보여서 한층 후줄근해보였다.

두사람은 뭐가 그리도 신이 나는지 한참을 웃으며 얘기를 이어갔다.

간간히 남자가 뭐라 말을 건네면 아내는 뭐가 그리 우스운지 앞집 남자의 팔까지 쳐가면서 큰소리로

웃음을 터트렸고 남자도 함께 호탕한 웃음을 터트리곤 했다.

그러다가 앞집 남자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리모콘을 찾아 TV를 틀었다.

아내가 잠시 머뭇거리며 TV쪽과 앞집 남자쪽을 두어번 번갈아 쳐다보더니 앞집 남자가 앉은

쇼파 옆에 가서 나란히 앉았다. 아마도 무슨 드라마인지 영화인지를 보는 모양이었다.

한여름이라 이런저런 소음 때문에 앞집 TV소리는 확인하기 어려웠지만 가끔씩 관능적인 음색의

색소폰연주가 배경으로 깔리는 걸로 봐서는 '로맨틱'한 영화인지도 모를 일이었다. 하지만

그 연주가 앞집 TV에서 나는 소리인지는 나도 확인할 길이 없었기에 단정지을 수는 없었다.

두사람은 표정 변화없이 화면에 열중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오래 앉아있어서인지 가끔 뒤척이며

자세를 달리하는 것 외에는 별다른 움직임도 없었다. 그런 두사람을 살피던 나는 누적된 야근으로

인한 피로 탓에 쏟아지는 잠을 이겨낼 도리가 없었다.



잠깐 졸다가 깬 나는 화들짝 놀라 앞집을 살폈다. 두사람은 여전히 TV를 보고 있을 따름이었다.

다만 어딘지모르게 앞집 남자와 아내의 얼굴이 상기된 듯 보였다.

특히 아내는 얼굴이 발그레 홍조를 띤 것이 마치 술을 한잔 한듯한 모습이었고,

앞집 남자도 숨이 조금 거칠어진듯 불룩 나온 배가 실룩거리는듯이 보였다.

그러던중 아내가 어딘가 불편한지 오른팔을 들어 등을 긁으려는 듯 동작을 취했다.

그러자 앞집 남자가 아내에게 무언가 손짓을 하며 말을 건네는데 아마도 자기가 등을 긁어주겠다는 듯 싶었다.

아내가 잠시 머뭇거리자 앞집 남자는 아내의 어깨를 살짝 잡고 자신쪽으로 등을 돌리도록 하더니

아내의 한쪽 어깨에 손을 올려잡고 다른 한손으로 아내의 등을 살살 긁어주기 시작했다.

잠시 그렇게 긁는듯 싶더니 어느새 등을 손바닥을 사용해서 슬슬 어루만지는듯 싶었다.

그러자 아내가 뒤로 잠시 고개를 돌려 앞집 남자를 제지하는듯 싶었는데 남자가 웃으며 뭐라고

몇마디 말을 건네자 싱긋 미소를 지으며 그냥 고개를 앞으로 돌리며 몸을 맡겨버린다. 앞집 남자의 손은

서서히 아내의 양 어깨를 쓰다듬듯 몇번 어루만지기 시작하더니 이어 어깨를 주무르기 시작했고

아내는 지그시 눈을 감고 앞집 남자의 손을 느끼는듯 보였다.

그렇게 시간이 사,오분쯤 흘러 조금 지루해질때쯤 남자의 손이 슬쩍슬쩍 아내의 어깨 앞쪽으로

나아가는 것처럼 보였다. 너무나도 서서히 손이 옮겨가는터라 지켜보면서도 인지하기가 쉽지 않았다.

아내는 아직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모양이지만 내눈엔 이미 앞집 남자가 다른 마음을 품었다고

느껴졌다. 그의 손길은 이미 안마의 손길이라기보다는 애무에 가까웠던 것이다.

그때 앞집 남자가 심각한 표정을 짓고 아내에게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며 무언가 설명하듯 말하기 시작했다.

앞집 남자의 손이 아내의 어깨와 허리를 가르키며 무언가 열심히 설명하는 듯 했는데 평소 허리가 약했던

아내인지라 앞집 남자의 설명에 고개를 끄덕거리며 열심히 경청하는 듯 보였다.

그러다가 앞집 남자가 잠시 어디론가 가더니 넓찍한 매트를 가져와 바닥에 깔더니 이를 지켜보던 아내에게

매트를 가리키며 뭐라 설명을 한참 했다.

아내는 주저하는 표정으로 몇번을 손사래를 치며 거부하는 듯 했다.

아무래도 남의 집에 누워 외간남자의 손길에 몸을 맡긴다는게 거부감이 들었을 것이다. 아무리 순진한

아내이긴 하지만 저런 상황에서는 당연히 거부하는게 순리아니겠는가.

하지만 앞집 남자 역시 참으로 집요한 인간이었다. 아내에게 몇번이고 다시 설명을 하는듯 싶었는데

온몸을 사용해 혼신의 노력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