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설게시판

앞집 남자와 내 아내 - 에필로그

먼저 제 작품에 호응을 보내주신 분들께 감사말씀 먼저 드립니다.

너무 많은 분들께서 아쉬워해주시며 댓글을 달아주셔서

저로서는 기쁜 마음과 함께 한편으론 당황스러운 마음도 들었습니다.

사실 이 스토리는 네이버 지식인의 한 질문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어느 여성 네티즌이 이웃집 남성의 노출증 때문에 고민을 상담하는

글이었지요. 그 글에서 아이디어를 얻은뒤 제 주변인물들을 그 상황에

대입하여 등장시킴으로써 일부 극적인 주요장면을 제외하면 실제 제가

일상 속에서 경험한 일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장황한 설명을 하는 이유는 필력도 일천한 초보작가 주제에 분에 넘치는

주목을 받아 댓글을 받다보니 이런 상황에 심심찮게 등장하곤 하는

'피해망상증 환자'도 등장하여 이목을 끌더군요.

유명드라마작가한테나 일어나는 일인줄 알았더니 참 어이가 없어 한동안

부들부들 떨다가 댓글도 달고 쪽지도 보냈습니다.

만약 이 스토리가 제 머리속에서 나온 순수창작이었다면 오히려 제가

찔끔 했을지도 모릅니다. 사람의 상상력이란게 사실 다 고만고만한지라

다들 비슷비슷한 생각을 하면서 사니까요. 하지만 저같은 초보에겐

상상력을 글로 구현할만한 능력은 아직 없기에 결국 자신의 경험을

활용해 글을 쓸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제 스토리는 허구입니다.

다만 등장인물은 제 주변의 실제인물에서 비롯되었기에 제가 원하는

이상으로 나락으로 떨어지는 모습을 저 스스로 보고싶지 않습니다.

그래서 처음 연재할때도 3부작 정도에서 마무리지으려 했지만

경험이 부족한지라 분량조절이 어려워 예상보다 긴 4부에서 마무리하게

되었습니다.

다음엔 빌라에 이어 아파트를 배경을 하는 스토리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땐 좀 호흡을 길게 가져가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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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년전 끊었던 담배를 편의점에서 사들고 여관방으로 돌아온 나는 정액으로

온통 범벅이 되어 척척해진 팬티와 바지를 갈아입을 생각도 못한채

창문가에 앉아 담배를 피워물었다. 한개피를 피고나면 또다른 한개피를 피워

물고 한숨섞인 담배연기를 여관방 창문으로 뿜어대며 내눈은 앞집 현관에

고정되어 있었다. 다섯개피쯤 피워물었을 즈음 아내가 앞집에서 나와 우리집

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내눈에 들어왔다. 아내는 집을 나섰던 차림 그대로

마치 아무일도 없었던 것처럼 태연하게 집으로 걸어들어갔고 나는 눈으로

아내의 뒷모습을 쫓아 따라가며 애꿎은 담배필터만 잘근잘근 씹어대고 있었다.

나는 그뒷날도, 또 그다음날도 계속 여관방에 머물렀지만 아내는 더이상

앞집 출입이 없었다. 여관에서 짐을 싸서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그 어느때보다도 낯설고 어색하기만 했다.



앞집 남자와 아내의 질펀한 정사를 내눈으로 직접 지켜봤던 그날 이후,

예상과 달리 아내의 태도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어보였다.

나는 그 뒤로도 약 일주일에 한두번은 연차를 쓰던지 이런저런 핑계로

외근을 만들던지 하여 여관방을 잡고 아내를 불시에 감시하는 일을 계속해

나갔다.

하지만 내가 감시할 때마다 별다른 일은 더이상 발생하지 않았다.

어쩌면 아내에게도 그날의 일탈은 급작스레 일어난 사고에 불과했던 것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더이상 앞집 남자와의 교류를 하지 않게 된 것인지도 모를

일이었다.



인터넷을 통해 내가 접한 많은 사례에서는 아내들이 외간 남자와의 관계를

갖은 후 성적으로 개방되어 여러 남자들과 관계를 갖는데 거부감을 느끼지

않는 프리섹스주의자로 바뀌는 얘기들이 대부분이었기에 나또한 내 아내가

앞집 남자와의 관계를 갖고난 후 앞집 남자의 성노예가 될지도 모른다고

예상했었다. 내 예상대로라면 앞집 남자는 아내에게 성관계를 갖은 사실을

남편인 나에게 이르겠다는 협박과 함께 아내와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하며

아내를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완전히 무너뜨리는 것이 예상되는 순서였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아내와 앞집 남자는 은밀한 내 감시가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동안 단 한차례도 만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요가처럼 심신수양을 위한 수단이라는 감언이설에 경계심을 늦추고 마사지를

받다가 분위기에 도취되어 부지불식간에 사고처럼 벌어진 한차례의 섹스가

평생을 통해 형성된 한 사람의 인격과 가치관을 손바닥 뒤집듯이 바꾸어

놓는다는 것은 역시 남자들의 환상과 착각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싶다.

비록 그 순간에는 정신을 압도하는 육체적 쾌락에 빠져 몸부림치며

앞집 남자에게 모든 것을 바친 아내였지만 정신이 들고 현실로 돌아왔을때는

냉정하게 어찌보면 영악하게도 자신의 보금자리를 지키고자 했을 수도 있다.



어쩌면 내가 모르는 사이 아내에게 앞집 남자의 회유와 협박이 있었는지도

모른다. 아무런 회유가 없었으리라 생각하는 내 짐작이 오히려 더 비현실적

일 것이었다.

하지만 그런 앞집 남자의 시도에 손쉽게 넘어갈 아내는 아니었을 것이다.

별볼일없는 나와의 결혼을 극렬하게 반대하던 장인, 장모의 협박과 회유,

심지어는 손찌검까지도 감수하며 꿋꿋하게 결혼을 고집해 나를 선택해준

아내였기에 아마도 앞집 남자의 협박에도 의연하게 대처했을 것이었다.



그러다 계절이 바뀌어 아침저녁으로 풀벌레 소리가 은은하게 들리는 가을이

찾아왔고 조금씩 쌀쌀해지는 날씨에 더이상 창문을 열어두는 일도 없어졌다.

이제 우리집도 여느 집과 마찬가지로 프라이버시 문제에서 자유롭게 해방

되었고 아내의 일상에서도 앞집 이야기는 더이상 등장하지 않았다.

나도 직장의 바쁜 일상업무에 시달리며 점차 뇌리에서 앞집 남자의 일은

희미해져 가기 시작했지만, 아무래도 앞집 남자와 우리 부부의 인연이

여기서 끝나지 않을 것 같다는 불길한 생각은 언제나 내 마음속 깊은 곳에

조그맣게 자리를 잡고 숨어있었다.



화재는 반지하방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아내는 낮잠을 자고 있던 터라 잠결에

뭔가 타는듯한 매캐한 냄새를 느끼면서도 별다른 대응을 취하지 못했다고

한다. 아내가 잠에서 깨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