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설게시판

옆집남자와 아내 - 단편

요즘은 다들 층간소음 문제로 난리라고 하는데, 우리 집의 최대 문제점은 층간소음이 아니라 바로 옆집 소음 이였다.



부모는 어디로 갔는지 거의 못 본 것 같고, 할머니와 애 둘만 보이는 집이였는데 바로 애 둘이 소음의 중심 이였다.



주말이면 정말 잠 한숨 자기가 힘들 정도로 아침 일찍부터 아파트 복도에서 뛰어대고 시끄럽게 굴고, 평일도 저녁이면 소리 지르는 소리, 뛰어다니는 소리에 어쩌다 한 번 일찍 와서 저녁 먹는 시간까지 정말 너무나 곤욕 이였다.



뛰어 다니는 애들에게 타이르기도 하고, 할머니에게 가서 조용해달라고 직접 말하기도 하고 아파트 경비실에 가서 말하기도 하고, 정말 미칠 것 같은 날은 소리 지르며 항의까지 했지만 모두 2~3일 정도 잠잠할 뿐이지 곧 반복될 뿐 이였다.



그런데 그런 옆집이 최근 일주일동안 너무나 조용했다. 정말 이렇게나 조용할 수 있다는 생각과 함께 드디어 천국이 찾아왔나 라는 생각이 들 무렵 나와 와이프는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토요일 오전 시간, 오랜 만에 찾아온 너무나 평화로운 분위기를 만끽하고 있던 나는 인터폰 소리에 현관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아.. 안녕하십니까”



“아.. 네.. 그런데 누구신지..?”



“하하.. 제가 오늘 옆집에 이사 온 사람입니다. 인사는 드려야 할 거 같아서”



“아아.. 네 그러시군요..”



30대 중후반 정도 되어 보이는 건장한 체격의 남자는 나에게 떡을 주며 간단한 인사를 하고는 내일 저녁 혹시 시간이 되면 저녁 대접을 하고 싶다고 자신의 집에 오라는 말과 함께 돌아갔다.



아내에게 옆집 남자 이야기를 하자 흔쾌히 알겠다고 했고, 나는 문을 열고 옆집으로 향했다. 아직 이사가 끝이 나지 않았는지 여기저기 짐들이 흝어져 있었고, 어차피 딱히 할 일도 없었기에 나는 이사를 도와주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남자는 결혼한 지 11년 된 사람 이였고, 아이는 2명이라고 했다. 현재 기러기 부부로 떨어져 살아 첫째 아이와 아내가 미국으로 가 있다고 했다. 그리고 자기는 한국에서 체육교사를 하면서 둘째 아이와 함께 살고 있다고 했다.



남자는 그동안 대화할 상대가 많이 없었는지 나에게 이런저런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하며, 왜 아직 애가 없냐, 애가 있으면 너무 좋다 등 이런 저런 아이 예찬론을 펼치며 얼른 나에게 아기를 낳을 것을 권유했다.



나는 아직은 별로 생각이 없다. 나중에 가지고 싶다는 들면 천천히 가지면 되지 않겠냐며 대답을 하고는 내일 저녁 식사 시간에 대해 간단히 이야기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남자가 애랑 둘이 사네”



“응??진짜? 이혼했대?? 아까 잠깐 본 것 보니까 인상은 괜찮아 보이던데...”



“아니~ 이혼이 아니라.. 기러기 부부래. 둘째 아이랑 같이 지내고, 첫째 아이랑 아내가 미국에서 지낸대”



“아아..그렇구나. 혼자 애까지 키우고 살려면 많이 힘들겠다”



“그러게.. 참 대단하네.. 난 죽어도 저렇게 못할 것 같은데...”



“그래?? 내가 하고 싶다 그래도??”



“어어~ 당연하지.. 기러기 부부 할 거면 왜 결혼하냐.. 무슨 남자가 ATM 기계도 아니고.. 돈 부쳐 주는 거 말고 남편이나 아빠로서 역할도 못하는 거라면 난 같이 결혼해서 살 이유가 없다고 본다..”



“아유~ 알겠어요~ 말이라도 해 준다 그러면 안 되냐.. 쳇..”



“어어~안 돼~”



아내는 나를 향해 입을 삐죽 내밀고는 안방으로 들어갔다. 아내의 말대로 그냥 해 줄 수 있다고 말할 수 도 있었지만 개인적으로 기러기 부부는 정말 이해할 수 없었기에 그 의견만은 물러설 수 없었다.





다음날 우린 시간에 맞춰 옆집으로 향했다. 남자는 우릴 반갑게 맞아주었고, 식탁엔 음식들로 가득했다.



“어머.. 이걸 다 하신 거에요?”



“네.. 하하.. 뭐 그리 대단한건 아니고..애랑 둘이만 살다보니까 안 늘고 싶어도 어쩔 수 없어 늘더라구요..”



남자는 쑥스러운지 머리를 긁적이며 딴 청을 피웠고, 아내는 나를 찌릿 거리는 시선으로 바라봤다.



“대단한 게 아니긴요.. 우리 그 이는 이런 건커녕.. 라면 하나도 혼자 못 끓이는데..”



“야... 여기서 그 얘기가 왜 나와..”



“하하.. 뭐.. 바깥 분께선 아내분이 워낙 잘하시니 안 하시는거겠죠..”



남자는 이해한다는 듯이 멋쩍은 웃음으로 나를 바라봤지만, 그럴수록 나만 더욱 눈치가 보일 뿐 이였다.



나는 음식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모르게 대충 먹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거실의 쇼파로 향했다.



아내는 뭐가 그리 즐거운지 연신 하하호호 웃음을 지으며 남자의 요리 솜씨를 칭찬하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한참의 식사 후 거실에 혼자 있는 내가 불쌍해 보인 것인지 원래 그러려고 했는지 남자는 간단한 다과와 아이스티를 들고 거실로 왔고, 아내는 나의 옆구리를 쿡 찌르며 핀잔을 주며 그러지 있지 말고 무슨 이야기라도 하라며 눈치를 줬다.



“허.. 허험.. 어 저 그런데 둘째 아이가 있다고 하지 않으셨나요? 어디 갔나요..”



“아아.. 그 학원에 갔는데 조금 있으면 올겁니다”



“아아.. 주말인데도 학원을??”



“네.. 하하.. 뭐.. 기러기 부부라는 이야기 들으셨으면 어느 정도 생각하셨겠지만 우리 와이프가 워낙 애들 공부에 극성이거든요. 그래서 둘째 아이도 조금만 더 크면 아마 미국으로 같이 데려갈 거 같고.. 뭐.. 저는 그냥 건강하게 잘 크기만 하면 좋겠는데, 와이프가 워낙 난리라서 주말이고 평일이고 뭐 학원을 안 보낼 수가 없더라구요..”



“아아.. 네에...”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남자의 아이가 들어왔다.



“어 왔어. 얼른 씻고 밥부터 먹어”



“네에~”



아이는 우리가 누군지 궁금한 듯 슬쩍 쳐다보고는 곧장 자기 방으로 향했다. 그리고 손발을 씻고 나와 조용히 아무 말 없이 식탁에 앉아 식사를 하기 시작했다.



아내와 나는 그런 아이를 보며 요즘 아이치곤 참 조용하고 예의바른 것 같다고 칭찬을 하며 저런 아이라면 낳아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때 아이가 밥을 다 먹었는지 거실로 와서 쇼파에 앉더니 나의 아내를 빤히 바라봤다.



“어.. 음.. 아줌마 얼굴에 뭐라도 묻었니..??”



“아뇨~ 아줌마 몸매가 너무 좋은 거 같아서요.. 그 티비에 나오는 소유 누나 같아요”



“어어??”



아내는 갑작스런 아이의 말에 아무런 말도 못하고 멍하니 있었고, 나는 좋아야 하는 건지 싫어해야 하는 건지 너무나 돌발스런 아이의 말에 그저 헛기침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