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설게시판

귀농일기 - 18부

수정이 돌아가고 피곤이 몰려온다. 만사가 귀찮아 침대에 누우니 그대로 잠이 빠진다. 시끄러운 소리에 잠에서 깨어 나가보니 연변댁이 혼자서 중얼거리며 술병을 치우고 있었다. 생각해 보니 어제 마신 술자리도 치우지 못하고 잠이 들었다.



“일어나셨네요.”



연변댁이 딱딱한 목소리로 위아래를 훑어보며 말한다. 심기가 불편한 모양이다.



“미안해요. 제가 치울게요.”

“됐어요. 다 치웠어요. 세수나 하세요.”



연변댁의 면박에 씁쓸하게 웃으며 갈아입을 옷을 챙겨 화장실에 들어가 샤워를 했다. CI를 확정하려면 마을회의를 거쳐야 하는데, 술도 많이 마셨고 수정과 질퍽하게 놀다보니 땀에 절어 있었기 때문이다. 머리를 떨며 밖으로 나오니 북엇국이 준비되어 있었다.



“웬 북엇국입니까? 우리 집에 북어가 있었나?”

“술 드실 줄 알고 집에서 가져왔어요. 식기 전에 드세요.”

“날 생각해 주는 사람은 연변댁 밖에 없다니까. 고마워요.”



식탁에 앉으니 연변댁에 반대편에 앉았다.



“맛이 어떻지 모르겠네요.”



국물을 한술 마셔보니 약간 짜지만 그런대로 괜찮다.



“맛있어요.”

“다행이네요. 저기 이층 언니들도 깨워야하지 않을까요?”

“그냥 두세요. 어제 많이 마셔서 피곤할 겁니다.”

“치~ 속편한 사람들이네.”



연변댁이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생각해보니 연변댁은 이제 겨우 21살이다. 만일 그녀가 연변이 아닌 우리나라에 태어났다면 그녀도 경미일행처럼 청춘을 즐기고 있지 않았을까?



“연변댁 혹시 공부해볼래요.”

“예? 뭐라고 하셨어요?”

“공부해 보라고요. 아직 젊으니까 지금 시작해도 늦지 않을 겁니다.”

“됐어요. 공부는 무슨......”

“내가 도와줄게요. 일단 기초부터 다지는 의미에서 중학교 과정부터 시작해 보죠. 요즘은 교육방송도 있고, 온라인 강의도 있으니 자기만 조금 노력하면 할 수 있어요.”



연변댁은 대답대신 잠시 바라보더니 피식 웃는다.



“그 웃음의 의미는 뭐죠?”

“지금 놀리시는 거죠?”

“내가 왜 놀려요.. 말이 나온 김에 오늘부터 당장 시작하죠. 마을회의 중간에 읍내 나가서 교과서하고 참고서부터 사올게요.”

“정말이세요. 정말 사오실거에요?”

“당연하죠. 그러니까 오늘부터 공부시작 하는 겁니다.”



연변댁은 반신반의(半信半疑)하는 표정이다. 식사가 끝나자 차를 몰고 마음회관에 도착해 11시에 마을회관에서 회의가 있으니 참석해 달라는 방송을 하고 읍내로 향했다. 읍내 서점을 둘려보니 참고서는 있는데, 교과서는 찾을 수 없다. 주인에게 물어보니 찾는 손님이 적어 지금은 없으나 주문하면 준비해 주겠다고 했다. 중학교 1~3학년 교과서를 주문하고, 일단 1학년 참고서와 문구류를 구입했다. 11시쯤에 회관에 도착하니 몇몇 분들이 미리 도착해 있었고, 조금 기다리자 대부분의 분들이 집결했다. 경미에게 받은 파일을 보여드리고 의견을 물어보았다.



“나는 이것이 좋은데.”

“이거 더 낮지 않아.”

“아니다. 이것이 더 좋아.”



사람마다 생각이나 취향이 다르니 다양한 의견들이 나온다.



“투표로 결정하죠. 이게 1번, 이게 2번, 이게 3번입니다.”



벽에 3가지 시안을 붙이고 투표를 한 결과 1번으로 결정되었다.



“투표결과 1번 시안으로 결정되었습니다. 다들 이의 없으신 거죠?”

“쩝~ 나는 2번이 좋은데, 어쩔 수 없지. 그래 그렇게 합시다.”



모두들 투표결과에 승복하는 분위기다. 자리에서 일어나 앞으로의 일정에 대해 설명했다.



“이번에 결정된 1번 시안을 기본으로 개별표장용기, 박스표장용기 등 다양한 CI들이 만들어질 겁니다. 그리고 CI가 확정되면 상표등록을 추진하여, 공동판매에 나설 계획입니다. 그걸 위해서는 상품 선별, 표장, 배송 등의 물류관리에서 행정, 회계 등등의 준비가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자금이 필요합니다. 도청에 문의해보니 농어촌발전기금 같은 곳에서 지원을 받을 수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지금 사업계획서와 홍보자료를 만들고 있고, 그게 준비되면 도청을 방문해서 지원을 요청할 예정입니다.”

“도청에서 그런 것도 지원해 줍니까?”

“주민자체제가 도입된 이후 각 지자체마다 지역주민들을 위한 다양한 지원정책을 펼치고 있습니다. 그중 지역주민들의 소득증대와 지역사회 발전을 위한 모델개발에도 힘쓰고 있으니 우리 마을의 사업계획도 당연히 지원 받을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또 하나 있는데, 공동판매를 하려면 많은 준비가 필요하고 이를 총괄적으로 관리할 사람들도 필요합니다. 그래서 저번에 여러분께 컴퓨터를 좀 배우시면 좋겠다고 말씀드린 건데 그건 좀 어려울 것 같고, 그렇다고 저 혼자 그 많은 일을 담당하긴 무리가 있으니 이 일을 전담할 인력을 채용해야 할 것 같습니다.”

“사람이 필요하다면 데려와야지. 근데 그 사람 인건비는 어떻게 하지.”

“온라인 직거래의 장점은 생산자와 소비자를 바로 연결해서 중간유통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겁니다. 즉 생산자는 높은 값에 팔아 좋고, 소비자는 믿을 수 있는 우수한 상품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어 좋은 겁니다. 물론 이렇게 되기까지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며, 이를 관리할 인력의 필요성은 더욱 절실합니다.”

“대충 무슨 말인지 알았으니, 복잡하게 설명하지 말고 결론만 말씀하세요.”

“공동판매를 위한 법인을 설립할 계획입니다. 마을발전기금을 기본으로 부족한 금액은 공동출자합니다. 그리고 법인에서 농산물과 특산물 판매에 관한 전반적인 사업을 총괄하고, 이익이 생기면 출자비율에 따라 나누어 갖는 방식입니다. 물론 법인을 관리하는데 소요되는 경비를 제외한 이익금에 한합니다.”

“법인이라면 회사랑 같은 개념 아닌가?”

“맞습니다. 회사도 일종의 법인입니다.”

“복잡하구만!”

“오늘은 여기까지만 말씀드리고 자세한 것은 사업계획이 완성되면 다시 설명 드리겠습니다. 이것으로 회의를 마치고, 청년회장님과 부녀회장님은 잠깐 저 좀 보고 가시죠.”



회의가 끝나자 모두들 돌아가고 부녀회장인 베트남댁과 청년회장만 남았다.



“두 분만 따로 모신 것은 앞으로의 일정에 대해서 상의 드리기 위해서입니다.”

“우리가 도와드려야 할 것이 있나요?”



베트남댁이 특유의 온화한 미소를 머금고 물어본다.



“많죠. 일단 가장 급한 것이 상품을 선별하고 포장할 작업공간을 확보하는 겁니다.”

“각자 집에서 하면 안 돼요?”

“상품의 품질관리를 위해서는 한곳에서 작업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예전에 양곡저창고로 쓰다가 지금은 사용하지 않은 곳이 있어요. 거길 개조해서 쓰면 되지 않을까요.”



청년회장의 말에 베트남댁도 그게 좋겠다고 한다.



“창고는 주인은 누구죠?”

“면사무소에서 관리하던 곳이니 거기에 문의해 보면 알겠죠.”

“알겠습니다. 그건 제가 문의해 보겠습니다. 다음으로 오늘 마을 어른들께 말씀드렸는데 반신반의(半信半疑)하는 분들이 좀 있더군요. 두 분께서 설득 좀 해주세요.”

“그건 우리에게 맡기시고 이장님은 사업 준비에 만전을 기해 주세요.”

“그럼 두 분만 믿겠습니다.”

“우리도 이장님 믿어요. 파이팅~”



베트남댁의 애교석인 응원에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두 사람도 돌려보냈다. 펜션으로 돌아가려다가 상황버섯재배 농장으로 향했다. 공동판매가 시작되면 버섯도 판매해야 하는데, 상황버섯은 재배방식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최소 2년 정도는 재배해야 상품으로써의 가치가 있다. 이제 시작한 지, 1년 정도 되었으니 아직 1년은 더 있어야 된다는 말이다. 하우스에 들어서니 여전히 잔잔한 음악이 흐르고, 우나댁이 한쪽 구석에서 버섯의 상태를 점검하고 있었다.



170cm이상의 큰 키에 군살하나 없이 매끈한 몸매, 곱고 기다란 머리까락과 눈처럼 하얀 피부, 은갈색 눈썹아래 파란 눈동자 그리고 오뚝한 콧날과 분홍색 입술이 멋진 조화를 이루고 있다. 슬금슬금 다가가 헛기침을 했다.



“험험~”



우나댁은 놀라지도 않고 아주 느린 동작으로 고개를 돌려 바라본다.



“왔어.”

“뭐하고 계세요.”

“보면 몰라.”

“이거야 원~~ 저기~ 우리나라에 오신지 얼마나 됐어요?”



뜬금없는 질문에 잠시 의아한 시선으로 바라보던 우나댁이 손가락으로 숫자를 세어본다.



“5년!”

“올해 나이가 어떻게 돼요?”

“33살”

“그럼 27살 때 결혼해서 우리나라에 온 거네요.”

“왜 물어!”

“27살이면 아직 머리도 말랑말랑할 때고, 5년이란 세월이 짧은 것도 아닌데, 어떻게 우리나라 말을 그렇게 못해요.”



우나댁이 눈을 흘기더니 살짝 고개를 돌리는데,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 하마터면 예전처럼 바로 덮칠 뻔했다.



“미안해요. 우나댁을 놀리려고 그런 건 아니데, 하여튼 이놈의 주둥아리가 방정이라니까?”

“.............”

“점심시간인데, 밥은 먹었어요.”



우나댁이 대답대신 고개를 흔든다.



“하루 종일 여기 계신다고 들었는데, 밥은 어떻게 먹어요?”

“도시락”

“진짜 말 짧다.”



우나댁이 힐끗 째려보자 얼른 손을 흔든다.



“아니, 그걸 탓하는 건 아니고, 나도 아직 안 먹었는데 혹시 좀 얻어먹을 수 있을까 해서요?”



우나댁이 한쪽구석으로 가더니 가방에 들어있던 도시락을 꺼내 가져왔다.



“다 먹어.”

“이걸 다 주면 우나댁은 뭘 드시게요?”

“배 안 고파.”

“그래도 드셔야죠. 자~ 이래와요.”



우나댁의 손을 잡아 넓은 공터로 이동한 다음 입고 있던 남방을 벗어 바닥에 깔았다.



“앉아요.”



우나댁이 바닥에 앉자, 바로 앞에 앉아 도시락을 열어보니 토스트 4조각이 들어 있었다.



“향상 이렇게 드세요.”

“응~”

“이걸 먹고 양이 차요.”

“충분해.”

“언제부터 이렇게 드시는 거예요.”

“조금 됐어.”

“혹시 하우스일 시작하고부터 계속 이렇게 드셨던 거예요.”

“응~”



길게 한숨을 쉬고 우나댁에게 한 조각을 전해주고, 한 조각을 먹어본다. 부드러운 식빵 속에 야채와 햄 등의 재료가 마요네즈와 잘 배합되어 맛은 있는데, 양은 그리 많지 않다. 맨 처음 보았을 때, 굵은 허벅지와 풍만한 엉덩이를 자랑했는데, 최근 들어 살이 빠진 이유가 여기에 있었던 모양이다. 사이좋게 2조각씩 나누어 먹었지만 포만감 따위는 애초에 기대할 수 없고, 먹다 말아서 그런지 배가 더 고프다. 우나댁이 가방에서 물병을 가져와 내밀어 한 모금 마시고 전해준다. 우나댁이 얼굴을 들고 마시는데, 가르다란 목선과 그 밑으로 봉긋 솟아난 가슴을 보니 가운데 다리에 힘이 불끈 솟는다.



“우나댁! 오랜만에 둘만 있는데 우리 한번 할까?”



우나댁이 기다렸다는 듯이 물병과 도시락을 치우더니 입술을 덮친다. 예기치 못한 공격에 바닥에 쓰려지니 우나댁이 올라타서 머리를 잡아 움직이지 못하게 하고 다시 입술을 찾는다. 혀와 혀가 엉키고 순식간에 상의가 벗겨지더니, 우나댁의 입술이 턱을 타고 내려가 젖꼭지를 혀로 살살 돌려주다가 깨물어 준다.



리드를 완전히 빼앗겨 정신없는 와중에 우나댁이 하는 양을 지켜보는데, 달콤한 입술이 아랫배에 이르려 바지와 팬티를 벗기더니, 튀어나온 자지를 단번에 목구멍 깊이까지 먹어버린다.



“흡~ 흡~ 흡~ 흡~ 쯥~ 쯥~”



자지가 침에 번들거리고, 옷을 벗은 우나댁이 위로 올라와 자지를 잡아 보지로 인도한 다음 엉덩이를 내린다.



“욱~”



뿌리까지 들어간 자지를 질이 휘감아 압박하고, 우나댁이 조금씩 허리를 비틀며 올리자, 번데기 같은 주름이 긁어주며 강한 흡입력으로 빨아 당긴다. 저번에도 경험해 보았지만 도대체가 이해가 되질 않는다. 예전에는 허공을 좆 질하는 것처럼 헐렁하기만 하던 보지가 어떻게 이렇게 변할 수 있단 말인가?



“하이........하이......하이. 아음~”



우나댁이 가슴에 손을 받치고 속도를 높이고, 급격하게 올라오는 흥분을 억누르기 위해 상체를 일으켜 우나댁의 허리에 허리에 팔을 두르고 상하로 출렁거리는 젖가슴을 빨아본다.



“하이.......하이......아아아앙~”



허리가 휘어져 바닥에 눕히고 위로 올라가니 우나댁이 목을 감고 입을 틀어막는다.



“쩝~ 후르르~ 쩝~ 쩝~”

“수겅~ 수겅~ 푹~ 푹~ 푹~”



정열적인 반응에 나도 모르게 동화되어 빠르게 펌프질의 속도를 높이니 사정의 기운이 몰려온다.



“우나댁........쌀 것 같아.”



우나댁의 손톱이 등가죽을 파고들고, 다리가 허리를 감으며 경련하다.



“울컥! 울컥!”



정액이 자궁벽을 때리자 질이 오물거리며 씹어준다. 우나댁의 격렬한 반응에 빼지도 못하고 질 내 사정을 한 것이다. 숨을 고른 우나댁이 땀에 젖은 머리까락을 쓸어주며 반듯하게 눕혀준다. 너무 빨리 끝나버려 허무한 기분에 멍하니 누워 있는데, 우나댁이 살며시 상체를 일으켜 힘이 빠진 자지를 깨끗하게 빨아준다.



“또 하자는 거야?”



우나댁은 빙긋 웃으며 가볍게 입맞춤을 하고 옷을 입는다. 또 할 마음은 없는 모양이다.



“이제 가! 일해야 돼!”



도대체 누가 주인이고, 누가 누굴 먹히는지 모르겠다. 옷을 입고, 버섯들의 발육상태를 확인했다. 역시나 상품으로써의 가치는 아직 멀었다.



“가요. 또 올게요.”



우나댁을 뒤로하고 마을 회관 앞에 세워두었던 차를 끌고 펜션으로 향했다. 오후가 되어 그런지 주위가 조용하다. 손님들도 체험프로그램이나 등산을 갔기 때문이다. 본체에 들어서니 연변댁이 청소를 하고 있었다.



“빨리 오셨네요.”

“예! 학생들은 어디 갔어요?”

“조금 전에 등산 좀 하겠다고 나갔어요.”

“그래요. 연변댁! 이리 와서 앉아 봐요.”



연변댁이 소파에 앉자 준비해온 참고서를 깨내 건네준다.



“이게 다 뭐예요?”

“중학교 1학년 참고서에요. 교과서는 따로 주문해 두었으니 연락이 오면 가져다 드릴게요.”



연변댁은 참고서들을 만지작거리다가 붉게 충혈 된 눈으로 바라본다.



“설마! 요만한 일에 감격한 건 아니겠죠. 앞으로 잘하나 못하나 옆에서 감시할 테니 열심히 해야 해요.”

“훌쩍~ 훌쩍~ 그럼요.”



연변댁은 소매로 눈을 훔치고 밝게 미소 짓는다.



“교육방송용 참고서도 준비했으니 시간되면 시청하시고, 온라인 교육은 제가 조금 더 알아보고 가입시켜 드릴게요.”

“알았어요. 열심히 해볼게요. 대신 잘 모르는 부분은 이장님께서 알려 주세야 해요.”

“오래 되서 자신은 없지만 아는 범위까지는 알려드릴게요.”



연변댁은 참고서들을 소중하게 품에 안고 일어났다.



“어디가세요?”

“하던 청소는 마저 해야죠.”

“그렇지. 나도 오랜만에 도끼질이나 해볼까?”



이제 겨울도 다가오니 서서히 장작을 준비해 두어야 한다. 본체 뒤편에 있는 공터에 나무들이 싸여 있다. 지난봄에 잡목들을 헐값에 구입해서 햇빛에 잘 말린 나무들이다. 먼저 적당한 크기로 자르기 위해 톱질을 하니 금세 땀이 비 오듯 솟아진다. 도끼를 준비하고 본격적인 작업을 시작하기 전에 웃통을 벗었다. 귀농을 한 이후 가장 많이 변한 것은 몸이다. 거의 대부분을 사무실에 앉아만 있다가 펜션과 버섯재배를 시작하니 연일 계속된 톱질과 도끼질 등으로 푸석푸석했던 근육들이 단단해지고, 쓸데없는 군살이 빠지며 근육질 몸매로 변한 것이다. 나무를 올려놓고 힘께 내리치니 반으로 갈라진다. 처음에는 초점 맞추기도 힘들어 헛손질도 많이 했는데, 어느 덧 2년이란 세월이 흐르다보니 힘도 붙고 요령도 생겨서 웬만하면 한방에 쪼개진다.



한참을 장직 패는 일에 매달려 있으니 붉게 달아오른 태양이 산마루에 걸리고, 서서히 대지에 노을이 펴져나간다. 조금 있으면 어둠에 잠길 시간이라 장작들을 처마 밑, 벽에 가지런히 쌓아 놓으니 연변댁이 식사하라고 부른다.



“학생들은 아직 안 돌아왔어요.”

“조금 늦네요. 샤워부터 하세요.”



갈아입을 옷을 준비해서 샤워를 하고 나오니 먹음직스러운 찌개가 뚝배기에서 보글보글 끓고 있었다.



“이제 가보세요.”

“아직 시간 남았어요. 여쭈어볼 말도 있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식탁에 앉아 숟가락을 들었는데, 연변댁이 반대편에 앉아 묘한 표정으로 바라본다.



“뭐~ 할 말이라도 있어요?”

“왜요? 찔리는 거라도 있으세요?”

“허 참~ 생사람 잡네. 찔리기 뭐가 찔려요.”



연변댁이 피식 웃으며 앞치마 주머니에서 돌돌말린 천을 꺼서 펼친다.



“이장님 방 청소하다가 침대에서 찾은 건데, 이게 뭘까요?”

“그.......그게 내 침대에 있었어요?”

“그거야 이장님이 아시겠죠. 냄새를 맡아보면 새것은 아닌 것 같고, 누가 입었던 것 같은데 말이야.”



어제 밤에 수정이 흘리고 간 팬티가 분명하다. 그걸 연변댁이 발견하고 추궁하니 입장이 난처하다.



“그게 왜 내 방에 있었지. 도둑고양이가 물어다 놓고 갔나.”

“어제 저녁에 두 마리가 들어오긴 했었죠. 어떤 고양이가 칠칠맞게 팬티까지 흘리고 갔을까?”

“아니 그게 아니라.......”

“그게 아니에요. 그럼 변태처럼 몰래 훔쳐 오신 건가요?”

“아니 내가 무슨 할 짓이 없어서.........”

“맞아요. 우리 이장님이 그러실 분은 아니죠. 그럼 어떻게 된 거지. 어떤 고양이에요. 저번에 그 경미라는 고양이?”



연변댁도 수정이처럼 경미와의 관계를 의심하는 모양이다. 평소 하던 행실이 있으니 아니라고 해도 믿을 것 같지 않고, 그렇다고 수정과 그렇고 그런 일이 있었다고 말하기도 쪽팔리니 어찌 대처해야 할지 난감하다.



“말씀을 못하시는 것을 보니 일이 있기는 있었군요. 참!~ 나는 싫고, 다른 년은 좋다. 저에게 흥미가 떨어진 건가요. 그래서 다른 년을 찾으시는 건가요?”

“그건 아니고 사정이 있어요.”

“사정? 무슨 사정이요?”

“말하기 좀 곤란한데, 하여튼 연변댁이 생각하는 그런 건 아니에요.”

“제가 싫어진 건 아니라는 말씀 인가요?”

“당연하죠. 이렇게 예쁜 송이를 내가 왜 싫어하겠어요.”

“알았어요. 식사 맛있게 하세요.”



송이라는 이름을 불려주자 연변댁이 밝게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가시려고?”

“왜요. 더 있을까요?”

“아닙니다. 늦었는데 가야죠. 근데 그건 주고 가죠.”

“뭐하시게요. 이장님께 필요 없는 물건이잖아요.?

“그건 그렇지만 주인에게 돌려주어야 할 것 같아서.......”

“필요하면 저에게 찾으러 오라고 하세요.”



연변댁은 끝내 팬티를 돌려주지 않고 챙겨 갔다. 머리가 복잡하지만 점심도 부실하게 먹어 배가 고픈 관계로 일단 식사를 마치고 상을 c;dmke,f;게요. 8시가 넘었는데, 경미일행이 돌아올 기미가 없다. 밤늦은 시간에 여자 둘이서 어딜 싸돌아다니고 있단 말인가? 더구나 등산을 갔다고 했는데, 혹시나 잘못된 것은 아니지 슬슬 걱정이 된다. 경미학생 핸드폰 번호를 알기에 전화를 했다.



“여보세요.”



혀가 약간 돌아간 목소리다.



“경미학생. 어디에요.”

“아~ 이장님~ 여기가 어디냐고요. 잠깐만요. 아줌마..........여기가 아디에요.”

“.........”

“학동마을이라고 하네요.”



학동마을이면 우리 마을에서 5Km정도 떨어진 곳이다.



“거기서 뭐하고 있어요.”

“수정이년이 한잔 하자고 해서 마시고 있어요.”

“거기서 술을 마시고 있단 말이에요.”

“예! 왜요. 마시면 안 돼요.”



머리가 지끈거린다. 이것들은 하루라도 술을 못 마시면 입안에 가시가 돋는 모양이다.



“제가 그리로 갈게요. 다른데 가지 말고 거기 있어요.”

“어~ 그럴 필요 없는데........우리까리 갈 수 있어요.”

“잔말 말고 기다려요. 끊을게요.”



주차장에 내려가 차를 끌고 학동마을로 향했다. 학동마을이라고 해야 손바닥만 하니 경미일행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야외에 마련된 테이블에 각종 전들과 막걸리가 어지럽게 놓여 있고, 경미와 수정이 가벼운 등산복차림으로 언쟁을 벌리고 있었다.



“이장님 오셨어요. 앉으세요.”



수정이 먼저 알아보고 자리를 권한다.



“그만 가요. 일어나세요.”

“이제 시작인데, 더 마시고 가요.”

“저 운전해야 해요. 집에도 술 있으니 집에 가서 드시죠.”

“그래요. 경미야! 그만 일어나! 가자.”

“이거 놔~ 가면 되잖아.”



수정이 팔을 잡아주려 하자 경미가 손을 쳐내고 혼자서 일어나더니 차로 향한다.



“이장님이 이해하세요. 저랑 말다툼을 하다 보니 기분이 상한 모양이에요.”



두 사람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경미는 심통이 난 표정이고, 수정은 그런 경미를 보며 즐기는 표정이다. 계산을 하고 차에 오르니 경미가 등을 기대고 눈을 감고 있었고, 수정은 조금 떨어진 곳에 앉아 창문만 바라본다. 차가 출발하여 펜션에 도착했다. 경미가 먼저 내려 본체로 향한다.



“경미학생 시안 확정됐어요.”

“먼저 샤워부터 하고요. 조금 후에 뵙죠.”



경미가 쌀쌀맞게 대답하고 힁하고 올라가 버리고, 수정은 차에 기대에 담배를 꺼내 물었다. 어제 밤에 다 보여주었으니 숨길 것도 없는 모양이다. 옆에 나란히 기대에 담배를 꺼내 물었다.



“분위기가 무겁네. 무슨 일 있었어요.”

“좀 놀렸더니 삐진 모양이죠.”

“친구들끼리 친하게 지내야지 왜 놀리고 그래요.”

“이장님, 지금 경미 편드시는 거예요.”

“편은 무슨........경미학생이 너무 심각한 것 같아서 한 마디 한 거죠.”

“벤텐이 속알딱지 같은 년.......저년은 고등학교 때부터 그랬어요.”

“고등학교 친구인 모양이죠.”

“별로 친하진 않지만 그런 셈이죠.”

“같은 대학, 같은 학과에 같이 다닐 정도면 친한 거 아니가?”

“둘 다 처음부터 지금 대학을 지원하지는 않았어요. 수시에 떨어지고, 1지망에서 밀리고 어떻게 하다 보니 지금 대학으로 왔는데 거기서 경미와 만난 거죠.”

“그래요. 담배 다 피웠으면 들어갑시다.”



더 이야기해야 특별한 것도 없을 것 같아 담배를 버리고 본체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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