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설게시판

귀농일기 - 13부

키를 반납하고 차가 출발하자 일본댁이 배부른 암고양이처럼 의자에 기대고 잠들었다. 하루 종일 걸어 다니고, 모텔에서 뒹굴었으니 피곤하기도 할 것이다. 한참을 달리고 있는데, 일본댁이 깨어났다.



“깜빡 잠들었나 보내. 미안해.”

“더 자. 아직 20분 정도 더 가야해.”

“동생도 피곤한데, 말벗이라도 해 줘야지.”

“............”

“저기 동생! 아침에 했던 이야기 있잖아. 가만히 생각해 봤는데, 간단한 문제 같지 않아.”

“무슨 소리야.”

“아침에 우나댁이 여자로 보인다고 했지? 성적욕망으로만 보던 상대가 여자로 보인 이유가 뭐야?”

“장리가 되고 있는데 왜 또 물어?”

“우리 바람둥이 동생이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닌데, 궁금해서?”

“쩝~ 그냥 솔직하게 말할게. 처음에는 백마라서 관심 있게 지켜보다가, 마침 기회가 생겨서 앞뒤 안 가리고 덮쳤어. 그리고 상상만 하던 온갖 환상을 현실로 옮겼지.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예뻐지는 거야. 그냥 백마로써의 호기심, 욕망, 환상, 이런 것만 있었는데, 그녀 내면 깊숙이 감추진 도도하고 차가우면서도, 어느 한 순간 누구보다 정열적인 새로운 매력을 발견한 거야.”

“그렇군. 결정적인 계기는 뭐야?”

“그동안 온갖 변태 짓은 다 했으면서도 키스는 하지 않았었어. 무슨 이유인지 나도 땅기지 않았고, 그녀도 원하지 않았지. 그런데 그날 어떤 계기로 키스를 했는데, 격하게 반항하는 거야. 내가 포기할 놈이 아니잖아. 반강제적으로 계속했는데,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 거야.”

“뭔가 달라졌는데?”

“말로 표현하기는 좀 그런데 사랑이 느껴졌다고 할까? 하여튼 기분이 정말 이상했어?”

“결론은 키스가 계기가 된 거네. 그 이야기 들으니까 예전 영화가 생각난다. 기억할지 모르겠지만 ‘프리티 우먼’이라고 리차드기어하고 줄리아로버츠 나오는 영화였어. 혹시 기억해.”

“본 기억은 있어.”

“정확하게 기억은 나지 않지만 이런 비슷한 대사가 나와”



[리차드기어] : 어디까지 할 수 있지?

[줄리아로버츠] : 키스만 빼고 다요?

[리차드기어] : 왜 키스는 안 돼?

[줄리아로버츠] : 제 친구(함께 영업하는 친구)가 키스는 사랑하는 사람하고만 하라고 했어요.

[리차드기어] : 이유가 뭐야?

[줄리아로버츠] : 고객과 키스를 하게 되면 사랑에 빠지고, 사랑에 빠지면 저만 힘들죠. 고객은 떠날 분이잖아요.



“우나댁에게 동생은 고객 같은 존재였어. 그 선을 동생이 넘은 거야. 그리고 영화에서 줄리아로버츠가 사랑에 빠진 것처럼 우나댁도 사랑의 감정이 싹튼 거고, 마음이 변하니 몸도 그에 맞게 반응한 거야. 또한 동생도 그걸 느끼고 혼란에 빠진 거지.”



앞뒤 상황과 영화를 대입하여 아주 설득력 있는 이야기를 만들었다.



“영화는 영화일 뿐이야. 또 그 영화에서의 남녀는 싱글이었어. 나와 우나댁의 상황과는 다르지.”

“그래. 다르지. 하지만 동생이 흔들리고 있는 것은 사실이잖아.”

“정리고 되고 있다고 했잖아.”

“글세, 다시 보면 또 흔들릴걸. 그게 사람 마음이니까.”

“그럼 누님은 내가 어떻게 했으면 좋겠어.”

“지금 동생에게 제일 소중하게 뭐지? 자신의 삶도 중요하지만 가족들도 소중하잖아. 우나댁과 가족 중 하나를 택하려면 누굴 선택할 거야.”

“그거야 당연히 가족이지!”

“그래 가족이겠지. 그럼 가족을 만나서 소중함을 가슴 깊이 세기고, 우나댁과는 정리해.”

“결론은 마음이 문제라는 말이네. 알았어. 누님 말대로 할 게”



마을에 도착하여 먼저 일본댁 집에 들려 쇼핑한 물건을 내려준 다음 간단하게 인사하고 돌아오니 11시가 넘었다. 맥주를 마시며 생각에 잠긴다. 대답은 했지만 일본댁의 말을 인정하고 싶지 않다. 이 나이에 무슨 얼어 죽을 사랑인가? 막말로 우나댁은 성적욕망의 배설 구였을 뿐이다. 하지만 마음이 개운치 않으니 잠깐 바람이나 쐬고 오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다음날 아침, 연변댁에게 이틀정도 서울에 다녀오겠다고 했다.



“주중이니 손님들은 많지 않을 거예요. 펜션 잘 부탁해요.”

“조심해서 다녀오세요.”

“혹시 마을 어른들이 찾으시면 서울 갔다고 전해주시고, 급한 일이 있으면 핸드폰으로 연락하세요.”



무작정 차를 끌고 나오기는 했는데, 막상 가려니 갈 때가 없다. 차가 어느 덧 호남고속도로 진입했다. 뚜렷한 목적지가 없으니 일본댁 말대로 서울이나 가보자고 생각한 모양이다. 수요일라 그런지 차도 많지 않다. 논산에서 천안으로 가는 고속도로를 타다가 휴게소에 들렸다. 급한 볼일을 보고 핸드폰을 꺼냈다. 보통은 서울에 올라가기 전에 미리 연락을 한다. 전화번호를 누르다가 그만둔다. 지금쯤이며 한 참 업무 중일 텐데, 괜히 연락하는 것도 그렇고 깜짝 놀라게 해주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다시 출발하여 점심시간이 조금 지나 서울에 도착했다. 급할 것이 없어 천천히 달려오다 보니 시간이 좀 걸린 것이다. 목이 껄끄러운 것이 공기부터 다르다. 뿌연 하늘과 도로를 가득 매운 자동차들이 서울에 왔다는 것을 실감나게 해준다. 올림픽대로를 타고 달려가다가 한강공원 주차장으로 들어갔다. 이 시간이면 영아도 학원에 있을 시간이라, 오랜만에 한강의 정취에 빠져 거닐다가 편의점에서 라면과 김밥으로 간단하게 식사를 대신했다. 시원한 강바람에 답답하기만 하던 마음이 상쾌해 진다.



아내와는 대학교 3학년 때 만났다. 대한민국 남자라면 누구나 피해(?)갈 수 없는 국방의 의무를 마치고 학교에 복학하니 모든 것이 새로웠다. 군대에 있는 동안 동기 여학생들은 대부분 졸업하고 없었고, 후배들이 조금 남아 있었는데 과의 특성상 봐줄만한 여자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었다. 여자에 대한 갈증에 동아리에 가입하게 되었고, 그곳에서 지금의 아내를 만났다.



아내는 2개월 전에 남자친구가 군대에 갔다고 했다. 군대에서 뺑이 치고 있을 놈에게는 미안하지만 아내에게 접근해서 온갖 감언이설과 정성으로 꾀는데 성공하여 닭살 커플이 되었다. 아내와 CC가 된지 몇 개월이 지났는데, 그 놈이 휴가를 받아 학교로 찾아왔다. 3명이 만나 맥주를 마시는데 그 어색한 분위기란............그놈은 당장이라도 폭발한 것 같은 얼굴로 씩씩거리며 술만 마셨고, 아내와 나는 양심에 찔리는 것이 있으니 놈이 하는 양을 지켜만 보았다.



혀가 꼬부라진 놈이 허허롭게 웃으며 경미를 행복하게 해 달라는 멘트를 날리고 갔다. 자기 딴에는 마지막 자존심이었는지 모르겠다. 나는 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에 취업했고, 아직 4학년이던 아내는 학교에 있었는데, 그놈이 재대하여 돌아온 것이다. 한참 업무에 집중하고 있는데, 학교 후배에게 전화가 왔다. 그놈이 다시 동아리에 나타나 아내에게 집적거린다는 것이다. 화가 나서 그놈을 만났다. 그놈은 본래 자기 것이었으니 돌려 달라고 했다. 일인지하에 거절하고, 다음 날 아내에게 청혼하여 결혼했다.



상념에서 깨어나 시계를 보니 4시가 조금 넘었다. 조금 더 한강을 산책하다가 차를 끌고 아내의 직장으로 향했다. 시내 중심가라 역시나 차들이 많다. 주차할 곳도 맛만치 않아 주변을 배화하다가 시간에 맞추어 비상깜박이를 키고 아내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5분도 지나지 않아 짭새가 다가와 창문을 두드린다.



“여기 새우면 안 됩니다. 차 빼세요.”

“잠시만, 저기 건물에 아내가 근무하는데 지금 나오기로 했어요.”



짭새가 건물을 보더니 인상이 구겨진다.



“주정차 위반으로 딱지 때기 전에 차 빼세요.”



목소가 격앙된 것이 진짜 할 놈이다. 괜히 심기를 건드린 것을 후회하며 한 바퀴 돌기로 했다. 6시가 넘었으니 이제 아내가 나올 것이다. 차가 다시 건물 앞으로 진입하는데, 아내가 건물에서 뛰어나오더니 택시를 타고 출발한다. 아내가 분명한데, 어딜 저리 급하게 가는 것일까? 호기심에 택시를 따라가는데, 방향이 집이 아니다. 이 여자가 대체 어딜 그리 급히 가는 것일까? 택시가 00호텔로 들어간다. 조금 시차를 두고 따라가 키를 맡기고 주변을 돌아보니 아내가 로비에서 지하로 내려가고 있었다.



급히 뒤를 밟아 따라가니 지하에 있는 00점으로 들어가는데, 대충 보니 식사와 음료를 파는 곳이다. 밖에서 유리벽을 통해 지켜보니 양복을 말끔하게 차려 있는 남자 앞에 앉는다. 아내도 사회생활을 하고 있으니 누굴 만나든 이상할 것은 없다. 그런데 얼핏 보기에도 눈에 익는 놈인데, 거리가 너무 멀어 확인하기 어렵다. 안으로 들어가 아내가 앉은 테이블이 잘 보이는 자리에 앉았다.



“주문하시겠습니까?”

“커피 주세요.”



음료를 주문하고 살펴보니 남자 놈이 아내의 손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단순한 사이로 보이지 않아 남자 놈 얼굴을 자세히 살펴보니, 이게 무슨 개 같은 경우란 말인가! 그놈은 바로 아내의 전 애인이었다. 속에서 욱하는 분노가 치밀지만 억지로 화를 참으며 지켜보기로 했다. 예전 애인이라고 만나지 말라는 법은 없지 않는가?



두 사람은 식사를 주문했던 모양이다. 빨리 끝날 것 같지 않아 웨이터를 불려 식사를 주문했다. 날이 어두워지자 뒤돌아 앉은, 아내의 그림자가 창에 비추는데, 뭐가 그렇게 좋은지 미친년처럼 웃고 떠들고 있다. 음식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모를 정도다. 아내가 앉은 테이블은 식사가 끝나고 후식이 나왔는데, 이젠 두 사람이 같은 자리에 앉아 속닥거린다. 그래 어디까지 가나 보자. 후식을 먹으며 둘이 하는 양을 지켜보고 있는데, 남자 놈이 웨이터를 불려 계산을 하고 아내와 다정히 밖으로 나간다. 급하게 계산하고 뒤를 따르는데, 두 사람은 호텔 밖으로 나가지 않고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었다. 문이 열리고 두 사람이 탄 엘리베이터가 올라간다.



3층, 4층, 5층.......8층에 엘리베이터가 멈춘다. 건물 안내 도면을 보니 8층은 특별한 시설이 없고 객실뿐이다. 생각 같아서는 올라가 확인하고 싶지만 이미 쫓아가긴 늦었다. 밖으로 나와 담배를 한 대 빨면서 고민하다가 차를 끌고 처갓집으로 향했다.



“누구세요.”



벨을 누르자 장모님이 인터폰에 얼굴을 내민다.



“접니다. 0서방입니다. 장모님.”

“어~ 0서방인가? 어서 들어오게.”



문이 열리자 영이가 뛰어와 품에 안긴다. 이제 초등학교 3학년인 귀여운 공주님이다.



“아빠~ 연락도 없이 어떻게 왔어?”

“우리 영이 보고 싶어서 왔지. 어디 보자 그동안 많이 켰네.”



영이를 품에 앉은 상태에서 장모님께 가볍게 인사했다.



“경미는 오늘 회식이 있어서 조금 늦는다고 했는데, 밥은 먹었나?”

“예! 먹고 왔습니다.”

“영이야. 아빠 피곤하시겠다. 이리와.”



그때 장인어른도 나오셔서 인사를 드렸다.



“자네 왔나? 마침 적적하던 참인데 잘 됐군. 우리 바둑이나 한 판 두세.”

“아니 이 양반이 또 바둑이예요. 0서방 힘들어요.”

“아니 괜찮습니다. 장인어른 두시죠.”



장인어른은 바둑을 좋아하셔서 나만 오면 두자고 하신다. 거실에 앉아 바둑판을 펼친다. 바둑은 군대에서 배웠는데, 실력이 부족하여 장인어른과는 4점을 깔고 시작한다. 초인종이 올려 돌아보니 체제가 퇴근해서 돌아온 모양이다.



“안녕! 그동안 잘 지냈어?”

“어~ 형부 왔네. 형부도 안녕하셨어요.”

“응~ 잘 지내고 있어.”

“저 옷 좀 갈아입고 올게요.”



체제는 간단한 인사말을 뒤로하고 방으로 간다. 30대 중반으로 보석디자인이라는 전문직에 종사하고 있는데, 웬만한 남자들 보다 수입이 많기 때문인지, 아님 다른 이유가 있는 건지 모르겠지만 아직까지도 미혼이다. 장모님이 과일을 내오셨다.



“여보. 경서 왔어요.”

“응~ 방금 들어와서 옷 갈아입는다고 지방으로 갔어.”

“해가 서쪽에서 뜨러나 오늘은 웬일로 빨리 들어왔네.”

“처제 요즘 늦어요. 혹시 애인이라도 생긴 거예요.”

“그럼 오죽이나 좋아. 회사일이 바빠서 데이틀 할 시간도 없데요.”

“그럼! 만나는 사람도 없어요.”

“가끔 여행도 가고, 자기 방에서 통화하는 걸 들어보면 있긴 있는 것 같은데, 저것이 남자에 대해서는 입도 벙긋하지 않으니 알 수가 있나.”

“뭐! 곧 좋은 소식 있겠죠.”

“나도 제발 그랬으면 좋겠네. 영이야 과일 먹어. 0서방도 들게.”



영이는 오랜만에 아빠가 와서 반가운지 과일을 먹으면 알지도 못하는 바둑을 지켜본다. 시간이 10시가 넘어가자 영이가 졸린 모양이다.



“할머니, 엄마는 언제와~”

“회식 자리가 길어지나? 0서방 전화라도 해보지 그래.”

“어련히 알아서 오겠죠. 영이야. 아빠는 엄마 기다릴게. 먼저 자.”

“응~ 알았어.”



장모님이 영이를 데리고 방에 들어갔다.



“요즘 펜션은 잘 돼?”



장인어른이 바둑을 두시면 묻는다.



“꾸준합니다. 요즘은 마을 공동상품을 개발 중입니다.”

“허허허~ 자네를 보니 우리도 시골로 내려가고 싶군.”

“오세요. 물 맑고 공기 좋습니다.”

“가고 싶은데 마누라가 싫다고 해서, 경미하고는 언제 합친 건가? 계속 떨어져 살 수는 없잖아.”

“저도 합치고 싶은데, 경미가 고집을 부리네요.”

“참~ 마누라들이 문제군. 고것이 조금만 고집을 꺾으면 되는 건데?”

“경미도 하고 싶은 일이 있잖아요. 제 고집만 부릴 수 있나요.”

“하하 참~”



장인어른은 혀만 차시고 말씀을 멈춘다. 시간이 11시가 넘어서야 아내가 들어왔다.



“이것아. 왜 이렇게 늦었어. 0서방 벌써 와서 기다린다.”

“어~ 당신 왔어. 연락도 없이 왜 일이야?”

“보고 싶어서 왔지.”

“별일이네. 엄마! 영이는?”

“건너 방에서 자고 있다.”

“여보. 집에 가요.”

“그래. 다들 피곤한데, 그만 가서 쉬어야지.”



장인, 장모에게 인사하고 영이를 안아 아내와 함께 집으로 왔다. 영이를 방에 눕히고 나오니, 아내는 샤워를 하고 있었다. 옷을 갈아입고 TV를 보고 있는데 아내가 나온다.



“오늘 회식 있었어?”

“응~ 인사이동 때문에 새로운 분들이 왔거든.”

“그래? 나도 씻어야겠다.”



샤워를 끝내고 나오니 아내는 이미 침대에 누워있었다. 옆자리에 누워 살며시 아내를 끌어안았다.



“피곤해. 그냥 자자.”

“오랜만인데 그냥 자라고, 한 번만 하자. 응~”

“아이. 정말 피곤한데, 그럼 빨리 끝내.”



아내가 마지못해 스스로 옷을 벗더니 죽은 듯이 누워있다. 옷을 벗고 위로 올라가 입맞춤을 하려하니 고개를 돌려 피한다.



“입안에 물집 잡혔어.”



입맞춤은 포기하고 목을 타고 내려가 봉긋 솟아오른 젖가슴을 깨물었다.



“아파~ 자기야. 그냥 빨리 하자.”



아내의 반응에 애무도 포기하고, 가랑이에 사이에 손을 집어넣어 조갯살을 어루만지니 아내가 얼굴을 씰룩거리고, 손가락이 동굴로 향하는데 뻑뻑하여 잘 들어가지 않는다. 몸을 타고 내려가 보지를 빨아주려는데, 아내가 다리를 오므리며 팔을 잡는다.



“자기야. 그냥. 빨리 해죠.”



속은 부글부글 끓어오르지만 억지로 참는다. 자지에 침을 잔뜩 바르고 보지에 밀어 넣었다.



“아악~ 아파. 살살해.”



뻑뻑한 보지에 억지로 쑤셔 박았으니 아플 것이다. 허리를 놀려, 자지가 반쯤만 들어가도록 펌프질을 하니 보지가 척척해 진다.



“푹~”

“아~”



자지가 뿌리까지 들어가자 아내가 짧은 비명을 지른다.



“수겅. 수겅. 푹. 푹~”



왕복하는 속도가 높아짐에 굳어 있던 아내의 표정도 차츰 변해 간다.



“경미야. 어때. 좋아?”

“아~ 아~ 응. 빨리 싸죠.”



무성의한 반응에 차갑게 식어 버리고, 몇 번 더 쑤시다가 침대에 쓰려졌다.



“자기도 피곤하구나. 오늘은 그만 자자.”



아내는 등을 돌리고 눈을 감더니 잠시 후에 깊은 잠에 빠진다. 잠이 오질 않는다. 마음을 잡으려 왔다가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 머리가 지끈거린다. 잠든 아내를 바로 눕히고, 베란다로 나와 담배를 물었다. 다음날 아침 아내가 출근 준비를 서두르고 있었다.



“당신 언제 내려가?”

“오늘 가야지.”

“며칠 더 있다가. 영이가 아빠 얼마나 보고 싶어 했는데”

“일이 많아. 가야 해.”

“그놈의 이장직함 때문에 바쁜 거지. 그게 뭐하려 하는 거야?”

“마을 분들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으니 나도 보답해야지.”

“하여튼 오지랖도 넓어요. 언제 또 올 거야?”

“한 2달 후에나, 당신이 주말에 한 번 내려와!”

“요즘 예산안 심의 때문에 바빠. 그리고 주말에는 나도 좀 쉬어야지.”

“펜션에 내려와서 쉬면 돼지. 공기도 맑고 좋은데.”

“기회가 되면 갈게. 오늘은 당신이 영이 학교에 데려다주고 가. 먼저 간다.”



아내는 급하다며 서둘려 나가고, 영이의 책가방을 챙겨 먼저 처갓집에 들려 인사하고 학교로 향했다.



“영이야. 잘 있어. 아빠 간다.”

“아빠 또 언제 올 거야.”

“음~ 금방 다시 올게. 할머니 말씀 잘 듣고, 열심히 공부해. 늦었다. 빨리 들어가.”



영이가 학교로 들어가는 모습을 확인하고 다시 차에 올랐다. 아내가 그놈을 만나고 있다. 그걸 감추기 위해 거짓말을 한다. 잠자리도 피하는 눈치다. 의심이 가는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차를 몰고 전주로 향해 예전 연변댁 뒷조사를 맡겼던 흥신소를 찾아갔다.



“또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그때 그 여자 때문에 오신 건가요.”

“아닙니다. 이번에는 다른 여자예요.”



호주머니에서 사진을 꺼내 건네주고, 집과 직장 주소를 알려주었다.



“요즘 바람을 피우는 것 같은데, 조사 좀 부탁합니다.”

“이번에는 치정사건이네요. 이런 일이라면 우리 전문이죠. 맡겨주세요.”

“얼마나 걸릴까요?”

“짧으면 일주일, 길면 한 달 정도........그 전에라도 확실한 증거를 잡으면 연락드리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잘 부탁합니다.”



아내의 뒷조사를 맡기고, 펜션으로 돌아오니 7시가 조금 넘었다. 주차장으로 연변댁이 달려와 반갑게 인사한다.



“다녀오셨어요.”

“예~ 별일 없죠.”

“예! 없어요. 식사는 하셨어요.”

“먹고 왔어요. 그만 들어가 보세요.”

“좀 더 있다 갈게요. 아직 예약한 한 팀이 도착하지 않았거든요.”



연변댁의 밝고 명랑한 모습을 보니 우울하던 기분이 조금은 풀린다. 연변댁과 함께 본체로 들어가 조금 있으니 예약한 손님이 왔다. 그들을 안내하고 연변댁이 돌아갔다. 소파에 앉아 맥주를 마시며 최근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사건들을 하나, 하나 생각해 보지만 무엇 하나 뚜렷하게 정리되는 것이 없다. 머리를 흔들었다. 고민해야 답도 없는데, 혼자 청승 떨어야 무슨 소용인가?



다음날 일본댁의 집으로 갔다. 드디어 공사가 끝나고 장사 잘되게 해달라는 고사를 지내기로 했다고 한다. 부녀회에서 음식을 준비해서 마을 어르신들까지 모두 모셨다. 마을 최고령자께서 가장 먼저 고사 상에 절을 하시고 축원을 보내주셨다. 순서가 찾아와 큰절을 올리고 돼지 코에 5만 원짜리 한 장을 꼭아 준다. 서둘려 농사일을 마친 청년회도 모두 참석하여 성대한 잔치가 벌어졌다. 마을 어른들과 청년회는 모두 이장의 공이라고 칭찬들 하신다.



“여러분. 모두 모이셨으니 잠시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자리에서 일어나 큰소리로 외치자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오늘 막걸리 만들기 및 식음 체험학습장이 완공되었습니다. 인터넷으로 예약을 받은 결과, 벌써 5개 팀의 예약이 끝났습니다.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으니 차근차근 노력하다보면 손님이 점점 늘어갈 것입니다. 하지만 이게 다가 아닙니다. 저는 우리 마을을 대표하는 상표를 만들 것이며, 그 상표 아래 여러분께서 땀 흘려 수확하신 쌀, 옥수수, 감자 등 우리 마을의 농산물을 소비자와 직거래 할 수 있는 온라인 장터를 개설할 겁니다. 뿐만 아니라 여기 주남주도가에서 생산하는 막걸리, 대나무 숲에서 생산되는 죽순, 여러분의 손으로 직접 만드시는 찹쌀엿 등 특산물 또한 판매를 확대할 계획입니다.”



잠시 말을 멈추자 모든 사람들이 환호성을 지르며 박수를 친다.



“전번 회의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마을 CI작업은 00대학 디자인과에서 맡아주기로 했으며, CI가 확정되면 변리사를 통해 정식으로 상품등록을 할 예정입니다. 하지만 그 전에 여러분이 협조해 주셔야 할 사항이 있습니다. 가까운 분들에게 우리 마을을 홍보해주시는 것은 기본이고, 여러분께서 기본적인 컴퓨터 활용법을 배우셔야 합니다. 또한 마을의 공동.........”

“이장 잠깐만!”



말을 이어가려는데, 태봉이가 제동을 걸었다.



“다 늙어가지고 무슨 놈의 컴퓨터? 그런 건, 이장이 알아서 하면 안 될까?”

“농산물이야. 공동판매를 하면 되지만 막걸리, 죽순, 상황버섯처럼 각 가정에서 개별판매를 하셔야 할 것도 있지 않습니까?”

“귀찮게 무슨 개별판매야. 그냥 이장이 다 알아서 해.”

“그래 그건 태봉이 말이 맞네. 우리가 뭘 알아. 이장이 관리하는 편이 더 편할 것 같은데....”



태봉이에 이어 재훈이 형님까지 걸고넘어지고, 마을 어른들도 두 사람의 의견에 맞장구를 친다.



“알겠습니다. 그건 조금 더 연구를 해보겠습니다. 하여튼 오늘 경사스러운 날이니 마음껏 드시기 바랍니다.”



서둘려 마무리를 하고 자리에 앉았는데, 베트남댁이 다가와 잔을 내민다.



“이장님 받으세요.”

“감사합니다.”



잔을 받아 마시자 안주까지 챙겨주신다.



“이장이 이해하세요. 이 동네 남자들......농사밖에 몰라요. 그런 분들에게 컴퓨터를 배우라고 하면 당연히 반발하시죠.”

“쩝~ 그런가요. 제 생각이 짧았습니다.”

“우린 이장님을 믿어요. 힘내세요.”



베트남댁의 응원에 울적하던 마음이 조금은 풀린다. 잔치가 끝나고 일본댁과 구씨 아저씨를 따로 불렸다.



“두 분만 보자가 한 것은 다른 것이 아니라 체험프로그램을 만들어 보자는 뜻에서 뵙자고 한 겁니다.”

“뭘 준비해야하죠.”



구씨아저씨가 머리를 긁적거리며 묻는다.



“막걸리 만드는 과정을 모두 정리해서 저에게 주세요. 그리고 1주일 후에 예약손님을 받을 예정이니 그때 대접할 막걸리도 준비해 주세요. 아참~ 청결이 가장 우선입니다. 손님들이 숙성되고 있는 막걸리도 직접 보셔야 되거든요.”

“그건 제가 챙길게요.”



일본댁이 빙긋 웃으며 대답한다.



“그리고 부인께서는 말거리와 어울릴만한 안주도 준비해 주세요.”

“알았어요. 또 준비할 것이 있나요.”

“막걸리 포장용기나 카드단말기 등 기타사항은 제가 알아서 챙겨 볼게요. 그리고 막걸리 제조과정을 정리해 주시면 제가 함께 체험해 볼만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올게요. 그럼 그걸 준비해 주시면 됩니다.”

“알았어요. 저희들 때문에 이장님이 너무 고생하신다.”

“별말씀을 다 하세요. 전 이말 돌아갈게요.”



말을 마치고 집으로 가는데, 일본댁이 뒤따라왔다.



“무슨 하실 말씀이라도 있습니까?”



일본댁은 주변을 살피더니 으슥한 곳으로 끌고 간다.



“서울에는 다녀왔어.”

“응! 누님 말대로 다녀왔어.”

“잘 했네. 어때 고민은 좀 해결됐어.”

“이제 깔끔해.”



가정문제라 일본댁에게도 밝히기 곤란하여 대충 얼버무린다.



“다행이네. 다른 건 아니고, 태봉씨 있지. 태봉씨가 우리 가계에서 함께 일하고 싶다고 하는데, 동생은 어떻게 했으면 좋겠어.”

“그 친구가 왜요?”

“태봉씨, 본래 총각 때부터 사고를 치고 다녔던 모양이야. 그래서 땅도 모두 팔아먹고 남의 땅이나 소작해주면서 보냈는데, 미스정 사건이후로 그나마 소작하던 땅도 주인이 다른 사람에게 맡겨버린 모양이야.”

“사정이 딱하네요.”

“그치. 동생은 어떻게 했으면 좋겠어?”

“누님은 어때요?”

“난 솔직히 싫어.”

“그럼 싫다고 하세요.”

“남편이 문제지. 이 사람은 마음이 약해서 거절을 못해.”

“그럼! 우나댁을 보아서라도 한 번 기회를 주세요. 우나댁 불쌍하잖아요.”

“후유~ 동생도 남편이랑 비슷한 말을 하네. 알았어. 남편과 다시 상의해 볼게.”



일본댁에게 인사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아내의 일은 정확하게 확인될 때까지 마음속에 담아두지 않기로 했다. 또한 우나댁의 일도 지워버리고 일에 매달리기로 했다. 다음날 CI제작을 의뢰한 경미에게 전화를 했다. 경미일행이 사전조사를 위해 금요일에 내려오기로 했다. 3일 정도 머물며 전체적인 마을 풍경과 우리가 판매하고자 하는 상품들을 견학한 이후 작업범위를 잡겠다고 했다. 연변댁에게도 이들의 소식을 알려주고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A동이 비워두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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