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설게시판

산부인과 의사의 독백

오늘 굴욕의자에 대한 기사를 보고 쓰기로 결심했다.



산부인과 검진대..

일명 굴욕의자라고 불린다.





산부인과에서 여자라면 누구나 싫어도 앉아야 하는 의자이다.

하체를 완전히 벗은 채로 다리를 최대한 민망하게 벌려야만 앉을 수 있는 그 의자...

중요한 모든 기관을 의사가 볼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산부인과 진료의 경험이 태어나서 처음인 여자들은 대개 충격을 받는 경우가 많은데

아무리 병원을 많이 다닌 여자라도 그 순간 만큼은 겪고 싶지 않을 만큼 치욕스럽다고 한다.

제 정신이 아닌 이상 낯선 사람 그것도 남자에게 민망한 자세를 취하며

가장 보이기 싫은 부위를 최대한 잘 보이도록 하고 있어야 하는 고충은 정말 이해하고도 남을 일이다.

거기다가 의사는 여자의 가장 소중한 부위를 안방에서 지 콧구멍 후비듯 찌르고 쑤시고 별짓을 다하니 말이다.

성인 대 성인으로서.. 여성으로서 성인 남자에게 느끼는 수치심은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의사의 입장도 그에 못지 않다.

사실 산부인과 의사만큼 오해를 많이 받는 직업도 드물 것이다.

직업이니까. 많이 보아 왔으니까. 어차피 아무런 느낌도 없을 것이다..라고들 한다.

그러나 수십년을 같이 사는 와이프와도 평생 성생활을 할 수 있듯이

평생 여자를 아무리 많이 본다고 해서 여자에게서 받는 느낌 자체가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의대 동기가 했던 말이 지금도 기억난다.

여성의 둔부를 출근길에 매일 평생동안 본다고 해서 여성의 둔부에 대해

흥미 자체가 사라지는건 아니라는걸 자기네들도 알지 않냐고...

차라리 보기만 해야하는 여성의 둔부에 대해 트라우마가 생긴다는 쪽이 자연스럽지 않냐고.

그 말에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 평생 예쁜 여자를 많이 본다고 해서 예쁜 여자를 보기 싫어지는 건 아닌 것이다.

마찬가지 원리다.





물론 많이 겪어보았으므로 익숙한 면도 있고, 마음관리 요령 정도는 있겠지만

숙명적으로 많은 사람의 치부를 보아야 하는 것은 쉬운 것은 아니다.

게다가 혹 여자환자가 아프지는 않은지.. 불편하게 느끼진 않는지... 항상 조심하고 신경써야만 한다.

의사생활을 오래했더라도 내진은 매번 새로운 경험이다.



가장 곤혹스럽게 만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본능 앞에 무력함을 느끼는 순간이다.

싫어도 어쩔 수 없이 많은 여성들의 다리 사이를 보는 것이 직업이다.

사춘기 소녀들부터 해서 갱년기의 환자들까지 정말 다양한 여성들이 오는 곳이 산부인과다.

젊은 여성 환자들만 해도 하루에 몇명씩 방문을 하게된다.

2,30대의 건강한 미인들이라고 해서 예외가 아니다.

젊은 여성 환자의 몸을 보며 진료하고, 민망한 포즈를 한 채 벗고 있는 아가씨 환자의 치부를 가까이서 보며 만지다 보면 아무리 담담하려고 해도 자신도 모르게 흥분을 해버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의사의 나이와 경력마저 무색해지는 순간이다.



나 또한 오전부터 그런 느낌을 받기 시작하면 그날의 진료가 끝날 때까지 본능적인 욕망이 끈질기게 따라다니며 괴롭히기도 한다.

초임이건 그렇지 않건 간에, 진료 도중 어쩔 수 없이 화장실에 가서 남몰래 욕구를 해소하고 온 적이 있다고 고백하는 의사들이 적지 않다.

자주 접한다고 해서 무감각해진다는 생각은 단순히 추측에 불과한 것이다.

건강하고 젊은 여성들의 아랫도리를 매일 보아야만 하는 의사의 숙명적인 고충이다.



의사라고 편할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을 테지만,

수치심을 참아야만 하는 여성 환자들 뒤에는, 이렇게 직업적 고충을 견뎌야만 하는 의사들이 있는 것이다.